그냥 바위입니다. 내남 들판이 저만치 내려다보이는, 높이 10미터에 이르는 이 바위를 사람들은 약수골 마애대불이라고 부릅니다.
아쉽게도 이 불상에는 머리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지만,
바위벽에 새겨진 가사의 옷주름과 수인手印이 아직은 뚜렷하고,
그 아래에는 발톱 모양까지 선연히 새겨진 큼직한 발도 따로 만들어져 있고,
골짜기 아래에는 또 삼도三道가 새겨진 목 부분도 남아 있는, 경주 남산에서 제일 크다는 불상입니다.
나그네는 이 불상의 크기에 감동하기보다는 머리 없는, 그 온전치 못함을 아쉬워하는 편입니다.
아니, 애처로워하는 편입니다. 어느 순간 이 불상이 나그네에게 그냥 바위로 비쳤던 것은 그래서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이 불상의 없어진 머리를 잊어버리고,
저 아래 풀섶에 삼도가 새겨진 채 뒹굴고 있는 목 부분도 한갓 돌덩이로 치부해버리고,
저 옷주름이며 수인마저 세월에 닳아가다가 궁극에는 지워지고 말 돌무늬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우리 눈앞의 이 모습은 한갓 바위벽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불상은 이제 고요히, 천년도 더 전의 본래 모습으로, 바위로 되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천년 동안 우리에게 마애대불이라는 기억을 남기고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