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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청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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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影池 - 이겸 2026년 09월 535호
복잡한 마음
노을의 자취도 사라지고 어둠이 시작된 시간에 청곡사에 들어선다. 오랜 시간 운전을 하고 온데다 초행 길 밤운전까지 한 탓에 몸은 지쳐 있었다. 어둠에 묻힌 산사는 고요하기만 하다. 늦게 도착했으니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으나, 사방에서 짖어대기 시작하는 견공들 때문에 조심스러운 마음은 모두 날아가 버렸다. 방에 들어선 이후 얼마 동안까지 이 같은 상황은 이어졌다. 조심스럽게 행동한 나나, 악을 쓰며 짖어댄 개나 서로의 일을 했을 뿐이지만 절집의 정적은 깨져 버렸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청곡사 견공들의 소임이 확인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곳으로 출발하기 전부터 벌어지고 있었던 복잡한 일들 때문에 쉽게 잠을 청할 수 없었다. 여러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머리를 지끈거리게 한다. 새벽 3시를 넘기고 있을 때쯤, 머리 속에 있는 여러 고민거리들을 하나씩 지우기 시작했다. 도량석 소리가 들릴 때쯤 고민거리는 하나만 남게 되었다. 개별적인 여러 일들을 한꺼번에 판단해야 할 때, 그것들은 마치 큰 파도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쪼개어 보면 한 방울의 물일 따름이다. 이것을 생각지 못하고 난파선에 탄 사람처럼 안절부절못하고 만 것이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물 한 방울이 파도를 만든 것이다.
새벽예불에 참석한 이들은 네 명. 봄기운이 멀기만 한 산사의 법당 안은 아직도 찬 기운만 가득한데, 바닥엔 땀방울들이 떨어진다. 사람들은 대부분 편한 마음보다는 그 반대의 마음으로 절집을 찾는다. 그래서인지 절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대부분 편치 못해 보인다. 절을 하는 동안에도 좀더 편한 모습이기를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즐겁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절집을 찾는 이들이 좀더 늘었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고민거리가 있을 때도 좋다. 반대로 좋은 일이 있을 때도 절을 찾는 것 또한 좋지 않은가! 󰡐세속에서 들어오는 좋은 기운들이 절집을 가득 채운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해 본다.

뉘를 위해……
새벽예불을 마치고 나와 산책에 나선다. 쌀쌀한 기온이 겉옷을 여미게 한다. 새벽하늘은 맑고 푸르다. 그 푸른 바다를 떠가듯 달빛이 교교하다. 구름 한 점 없는 것이 파도가 잦아든 것처럼 고요하다. 종각 옆으로 늘어선 느티나무엔 아직 봄이 오지 않아 잎은 없으나, 코발트블루에 가까운 하늘을 캔버스 삼아 실루엣을 드리우고 있다. 청곡사와 바깥세상을 잇는 다리 󰡐방학교󰡑 앞길엔 나트륨 등이 따스한 빛을 내고 섰다. 저 길을 따라 걸어 왔을 이들이 가로등과 방학교에게 고마움을 느꼈을까? 사람들의 마음과 관계없이 역할을 할 뿐, 가로등과 다리를 놓은 마음을 모른다 해도, 그것들을 없애거나 서운해 할 이유는 없다. 마치 󰡐나무를 심는 마음이 다인 것처럼……󰡑
저만치 있던 달이 헤엄쳐, 버선코 같은 지붕 끝에 걸렸다. 하얀 아침이 오면 푸르름이 물러날 테지만, 새벽 땀방울을 쏟았던 이들의 마음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이들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방학교를 건너 새벽 숲길을 걷는다.
청곡사는 신라 헌강왕 5년(879)에 연기조사 도선 국사에 의해 월아산에 창건되었다. 전설에 의하면, 진주 남강변에서 푸른 학이 이곳으로 날아와 앉으니 도선 국사가 성스러운 기운이 충만한 곳이라 하여 절터를 잡았다. 학이 찾아온 다리라는 뜻을 가진 사찰 입구의 󰡐방학교󰡑는 바로 이런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단층 팔작지붕으로 다포계양식의 건물이다. 지붕의 네 귀퉁이는 처마받침기둥이 있으며, 기둥의 주춧돌은 가공하지 않은 자연석을 이용하였다. 사찰 전체의 면모가 잘 보존되어 있고, 방학교 밑을 흐르는 시냇물과도 잘 어우러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