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벚꽃이 만개하여 바람에 날리던 때도 지나고, 아스
팔트에떨어진흰꽃잎마저자취를감출즈음, 거창연
수사로 향한다. 산으로 향하는 가파른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이정표없는길옆에서촌로가논일을하고있
다. “어르신! 연수사에 가려고 하는데요. 어디로 가야
합니까?”“쭉 가소오! 산으로 4키로 가소.”“고맙습니
다아!”절집을 찾아가다 보면 이정표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길을 물어 절집을 찾아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매일 다니는 길처럼, 서툰 감정
없이 척척 찾아들어간다면 얼마나 재미없는 일인가?
이제는 웬만한 암자까지도 길이 잘 나 있으니, 이러한
즐거움도점점사라지고말것이다.
이제껏 지나왔던 길도 그랬지만, 사찰 초입 또한 벚
꽃이 만개해 있다. 다른 곳 같으면 이미 봄이 끝나고
말았을텐데, 감악산은아직봄이머물고있다. 벚꽃의
잎이 하얗게 빛나는 것은 검은 나뭇가지에 붙어 있기
때문일까? 복사꽃을보고있으니, 발그레한빛의수줍
은 얼굴을 만난 것처럼 마냥 정겹다. 일주문의 기둥은
주위의잡목과비교가되지않을만큼굵다. 빽빽이들
어찬숲의나무들을다합친다해도기둥의위세를당
해낼 수는 없을 듯 하다. 고개를 숙이고 올라야 하는
가파른 계단은 곧장 법당으로 이어진다. 다섯 채의 전
각들을 감싸 안은 숲엔 이제 막 봄물이 오른 나무들로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바삐 보낸 봄을 아쉬워했건만
이곳에서늦은봄을만나니더반갑다. 황사로인해잃
어버린봄이이곳에숨어있었나보다. 오는줄모르고,
가는 줄도 몰랐던 녀석을 그동안 너무 홀대했었나 보
다. 어린 계집아이의 미소같이 투명하고 여린 기운이
허튼일상으로바쁜도시촌놈의마음을꾸짖는다. 미
안하구나, 봄아!
마른 숲 저만치에서 진달래가 수줍게 고개를 내민
다. 진달래는 외롭고도 고운 녀석이다. 바람처럼 흩뿌
려진 꽃잎은 자유롭고, 군락을 잘 이루지 않는 습성은
운수납자와 비슷하다. 숲 속에서 봄빛을 받으며 간간
이 모습을 드러내는 진달래야말로 봄의 찬란함이다.
찬 기운 가득한 바람 속에서도 온기를 찾아내고 마는
진달래의 모습이 아름답고도 슬프다. 옅은 붉은색 꽃
잎이 마른 가지 숲 속에서 흔들릴 때면, 말을 건네는
것 같아 외면하지 못한다. 바위에 앉아
진달래가 보고 있을 나를 본다. 단풍나
무의 가지가 흔들리는 것은 바람이 세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가지 끝 어딘가
에 새순들이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을 보며, 절집을
나온다. 날갯짓하는 나비인 양 하늘을
향해 유영한다. 연약하고 부드럽게만 보
이는 꽃잎들이 찬바람과 봄비의 시샘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은, 그 안에 품고 있는
생명력 때문일 것이다. 생명력이야말로
봄의위대함이다.
“봄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 떨린다는
이를만나본일이있습니까? 혹, 그이가
당신입니까? 그이가 당신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봄이면 가슴 설레는 당신이
되기를바랍니다.”
연수사는 경남 거창군 남상면 무촌리
에 있다. 해발 951미터의 감악산 기슭에
있는데, 구전에 의하면 신라 애장왕 3년
(802)에 감악 조사가 현 사찰의 남쪽에
절을 세우려 했으나, 다듬어 놓은 서까
래 재목의 큰 통나무가 한밤에 사라져서
그 다음날 찾아보니, 지금의 대웅전 자
리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하여 연수사
를지금의자리에짓게되었다고전한다.
연수사는 조선 숙종 때 벽암 선사(1575~1660)가사찰을중수하여크게불도를일으킨절이기도하다. 대웅전뒤에는샘물이 있는데, 신라 헌강왕이 이 샘물로 중풍을 고쳤다는 전설이 유명하다. 일주문
옆에 있는 은행나무는 높이 38미터 둘레7미터에 이른다. 나뭇가지가 반경 10미터까지 뻗어 있, 수령이 약 600년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