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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의 선맥 동화사 금당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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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影池 - 김선주 2026년 09월 535호
산들 바람에 몸을 싣고 하늘거리며 흩날리는 꽃잎들이 도로 위에 하얀 꽃비를 뿌린다. 바람이 떨어뜨리는 꽃잎일까? 바람 타고 떨어지는 꽃비일까? 어찌 바람만 탓 하랴, 산들바람 손잡고 황홀한 춤사위에 빠져 넋을 잃은 벚꽃의 함박웃음이 팔공산을 덮고 있는 것을……. 봄바람에 기대어 몸을 맡긴 꽃잎이 동화사 대웅전 꽃살문에 우아하게 내려앉는 화사한 자태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봄날이다.

민족의 영산으로 유서 깊은 팔공산은 불교가 탄압받던 시대에도 법등이 꺼지지 않고 밝혀져 왔다. 왕실의 호위를 받으며 불교의 법맥을 굳건히 전승해온 동화사는 팔공산의 정기를 받아 수많은 고승대덕이 탄생한 도량이다. 불교 성지란 명승만큼 뛰어난 선승과 정신적 지도자가 머물면서 그들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했던 선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든 곳이 동화사 금당선원이다.

금당선원은 1900년 경허 대사가 개원한 후 석우, 승찬, 효봉, 구산, 서옹 스님 등 고승대덕들이 거쳐 간 유서 깊은 도량이다. 근대 선종사에 큰 흔적을 남긴 성철 스님이 1940년 29세 때, 조주 선사의 ‘무無자’ 화두로 칠통 같은 어둠을 깨뜨리고 깨달음의 노래를 불렀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금오 스님이 후학을 지도할 때, 수좌 혜암 에게 선문답을 던지자 전광석화처럼 덤벼들어 스승의 목을 뒤로 확 젖혀 버렸다. 금오 스님은 수좌의 기습적인 행동에도 불쾌하거나 당황하지 않고 “금당선원에도 사자새끼가 있네” 하며 호탕한 웃음으로 후에 종정에 오른 혜암 스님이 큰 그릇임을 예견했다는 일화가 있다. 또한 전강, 향곡 스님이 눈 밝은 납자의 탄생을 염원하며 후학을 위해 혼신을 다한 곳이기도 하다.

동화사 경내 동쪽, 노송의 향기에 젖은 작은 쪽문으로 들어선다. 고작 개울 하나를 건너 왔건만 공기와 햇살, 하늘빛 까지도 다르다. 말과 글이 끊어진 세계, 고요와 정막이 발밑을 감아 도는 금당선원이다. 신라 흥덕왕 7년(832년) 진표 율사가 영심 대사에게 전해준 팔간자八簡子를 심지왕사가 받아 이를 팔공산에 던져 떨어진 곳에 금당암을 지었다. 바로 그 곳에 자리한 것이 지금의 금당선원이다.

음력 3월 중순, 해제 기간이지만 금당선원은 14명의 선객들이 문 없는 문을 열기 위해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놓지 않고 산철 결제에 들어 있다. 방선시간, 조심스럽게 선방 문고리를 잡고 안으로 들어선다. 귀는 닫히고 선방에 가득 찬 고요와 선기가 몸으로 전해진다. ‘불기 2555년 春 안거’ 벽에 내걸린 용상방에서 광대무변한 진리의 세계를 향한 수행자의 활발발한 기상을 읽는다. 움푹 팬 방석위에 주름 잡힌 흔적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고 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치열한 구도자의 열기를 대변한다. 일상에 매몰되지 않고 세속화 되지 않은 금당선원의 하루는 10시간 정진하고 방선시간에는 틈틈이 포행과 산행을 하는 단촐한 일정이다.

금당선원은 선객이면 누구나 한번은 입방하고 싶어 원을 세우는 선방으로 조실 진제 스님이 주석하고 계신다. 진제 스님은 1967년 향곡스님으로 부터 깨달음을 인가받아 경허-혜월-운봉-향곡선사로 전해지는 한국불교의 법맥을 이어 받았다. 선객들 사이에 ‘남 진제, 북 송담’으로 회자되는 진제 스님은 대중들과 함께 정진하며 대중들의 수행을 점검하고 경책한다.
금당선원은 정법을 구하고 바른 탁마를 위해 산중의 눈 밝은 선지식에 의지하려는 선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어 방부를 들이기가 쉽지 않다. 다만 모두가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역으로 아주 쉽게 방부를 들이는 선객도 있다는 것을 금성 스님이 귀띔해 주신다.

입선을 알리는 목탁소리가 잠시나마 고요를 털어낸다. 안내해 주신 스님도 선방으로 발길을 옮긴다. 스님이 남긴 발자국에 올 곧은 수행의 향이 일렁인다. 천년 세월을 묵언수행에 동참한 석탑과 극락전 삼존불, 수마제전 불상 모두가 다시 깊은 침묵으로 선정에 드는 시간이다. 끝이 없는 길 그리고 길 없는 길, 그 길목을 찾기 위한 선객들의 소리 없는 외침이 산천을 뒤흔든다. 선근이 부족한 내게 샘물처럼 깨끗하고 바람처럼 청정한 이 도량에서 눈과 귀를 열어 거대한 선승의 향기에 취할 수 있는 고귀한 인연에 두 손 고이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