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계사는 금당 영역과 대웅전 영역으로 구분되는 독특한 가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옥천교를 건너 금당영역인 돈오문에 이른다. 선원장스님의 안내를 받아 청학루를 지나 가파른 계단으로 올라서니, 금당 편액을 중심으로 좌우에 세계일화조종육엽, 육조정상탑이라는 추사의 글씨가 한눈에 들어온다. 문자를 세우지 않은 육조의 혼과 진감 국사의 선맥이 이어진 금당선원이다.
산문에 몸을 가두고, 구도심에 채찍을 가하며 백척간두에 선 동안거 현장이다. 좌복에 앉아 면벽한 채, 화두를 참구하는 구도의 열기는 소곤거리며 마당을 뒹구는 낙엽 소리조차 허락하지 않는 듯하다. 목숨을 건 구법의 일념으로 모셔온 육조의 혼이 오롯이 살아 있는 금당선원이기에 그 결기는 사뭇 비장하기까지 하다.
금당에는 육조정상탑이 모셔져 있고, 좌우편의 동방장과 서방장은 수많은 고승대덕들이 배출된 선방으로 보조국사가 주천하지제일周天下之第一이라고 찬탄한 도량이다. 진감 국사 이래 벽송, 서산, 부휴 선사가 정진했으며, 근대 들어 경허, 용성, 금오, 동산, 청담 스님 등 기라성 같은 선지식들이 수행을 거듭한 곳으로, 효봉 스님은 오랜 기간 정진하며 법정 스님의 시봉을 받았다.
특히, “서방장은 지기가 솟구치는 터라 졸거나 누우면 사천왕이 깨우고 밟아 함부로 눕지도 못한다. 한철만 제대로 정진하면 한 소식 할 만큼 뛰어난 수행 처이다”라고 하시는 조실고산스님은 서방장에서 정진 중 천상의 음악 소리를 듣고 깨침의 경계를 노래한 시 한수를 읊어 주신다. 김당선실좌선중金堂禪室坐禪中(금당선실에서 좌선하는 가운데) 홀문가성귀고리忽聞歌聲歸故里(홀연히 노랫소리를 듣고 고향에 돌아가니) 사고능무식아인四顧能無識我人(사방을 돌아봐도 날 아는 이 없으니) 유유독좌김연대唯有獨坐金蓮臺(오직 나 홀로 금연대에 앉아 있다)
백장청규에 의거한 금당선원의 청규는 제방선원보다 엄격하다. 대부분의 규칙은 선원에서 지켜야 할 내용이지만, 철저히 지킬 것을 미리 서약한 후 방부를 허락한다. 서약한 청규를 어길 경우 퇴방 조치된다. 특히 자동차를 가져오는 납자는 방부를 들이지 않는다는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 매 안거마다 20여명이 방부를 들여 수행정진에 몰입하는 금당선원은 동방장에서는 하루 10-12시간 정진하며, 서방장은 용맹정진하는 방으로 24시간 개방하고 있다.
수많은 역경과 험난한 세월 속에서 소실과 중창을 거듭했던 쌍계사는 조실 고산 스님의 큰 원력으로 천년의 찬란한 역사를 다시금 꽃 피울 수 있었다. 75년 주지로 부임한 고산 스님은 선종의 정신적 근거지를 되살리기 위해 30여 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중창 불사에 전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무거운 세월의 두께를 말끔히 걷어낸 웅장한 모습으로 선종 대가람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쌍계사 조실 고산 스님은 13세에 동산 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리워 출가의 문에 들어섰다. 용성, 동산 스님의 계맥을 이은 대표적 율사이며. 선, 교, 율의 지식을 두루 겸비한 뛰어난 선지식으로 존경받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고산 스님은 출가 후, 평생을 수행과 포교, 불사로 일관된 실천적인 삶을 살아오신 분이다. 현재 조계종 원로의원과 전계대화상으로서 후학들에게 계를 내려주는 막중한 소임을 맡아 종단 발전 및 안정에 앞장서고 있다.
시종일관 자상하고 온화한 모습으로 말씀의 끈을 이어가시는 고산 스님은 “불교는 마음의 종교이며, 참선은 마음 찾는 과정이고, 팔만대장경은 마음 찾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라고 하시며 “부자도 가난도, 존경과 천대도 하늘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모두 마음이 짓는 자작자수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강낭콩 한 개를 1,00명과 나누어 먹을 수 있었던 원효 대사의 지혜와 보살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어려움도 두려움도 없을 것임을 덧붙여 주신다.
스승인 동산 스님이 제자들에게 당부하신 감, 인, 대(堪忍待 ; 견디고 참고 기다리라) 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사신다는 고산 스님은 아직도 스승의 손길을 놓지 않고, 스승의 음성에 두 귀를 세우고 계셨다.
두 계곡의 물길이 절 입구에서 만난다 해서 이름 붙여진 쌍계사, 계곡의 물길이 아무리 세차게 흘러도 달빛은 떠내려가지 않듯이, 거친 세월이 수천 년을 흘러도 육조의 혼이 지키고 선, 금당선원의 새벽 별은 영원히 꺼지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