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탁! 탁! 입승스님의 죽비소리에 파란 눈의 납자들은 자신을 찾는 물음 속으로 잠겨든다. 나는 누구인가? ‘참나’를 찾아 부모 형제 모두 버리고 이역만리 타국 땅, 깊은 산속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은 나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머릿속을 파고드는 온갖 번뇌를 털어내고 끝없는 의심 덩어리에 매달려 나를 찾아 떠나는 길목, 천불선원은 한여름의 무더위에도 냉기가 흐르고 있다.
속가의 형님이 백담사에서 수행중이라는 27세의 폴란드 출신 홍현 스님은 일본에서 출가하여 1년 전 한국으로 왔다. 일본 큰스님에게 받은 ‘무’자 화두를 든다는 홍현 스님, 선방 의자에 꼿꼿이 앉아 정진하는 이색적인 모습에 눈길이 머문다. 아직 좌식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스님들은 가부좌를 틀고 앉는 그 자체가 고행일 것이다. 한국 불교의 세계화에 앞장선 숭산 스님은 “진정한 선이란 몸이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앉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며 특별한 자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셨다. 그래서 일까? 홍현 스님의 티 없이 맑은 얼굴에 피어난 환한 미소는 집을 떠나 오랜 세월 떠돌다가 고향에 돌아온 듯, 한없는 편안함이 배어난다.
말레이시아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명안 스님은 홍콩에서 숭산 스님의 법문을 듣고 불교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명안’이라는 법명을 받고 한국에 온지 15년이 되었다는 스님은 스승인 숭산 스님이 내린 ‘이뭣고’ 화두를 참구하고 있다. 언제까지 한국에 머물 것이냐는 질문에 “오직 모를 뿐, 미래를 생각하지도 걱정하지도 않는다.” 는 스님은 김치와 오곡밥을 제일 좋아한다며 엄지를 들어 보이신다.
수행 중 머리에 떠오르는 망상을 지우는 것이 가장 어려우며, 육체적으로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야 하는 좌선이 힘들다는 스님은 모든 것을 내려놓기 위해, 순간순간 나를 버려가고 있을 뿐이라며 환한 미소를 담아 차를 내주신다.
시간이 멈추어진 공간, 파르라니 깍은 머리와 정갈하게 갖춰 입은 먹물 옷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왜, 무엇이? 이 푸른 향기를 예산 산중까지 스스로 스며들게 하였을까?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바람을 따라서도 향기를 풍기고, 바람을 거슬려서도 향기를 풍기고, 바람을 거슬리거나 바람결을 따라서나 언제나 향기를 풍기는 향이 세상에 있을 수 있는지요.” 부처님은 그런 향이 세 가지가 있다고 하셨다. “첫째는 계율(戒香)의 향이고 둘째는 들음(聞香)의 향이고 셋째는 보시(布施香)의 향이니라”
이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상에 오랫동안 바람을 거스르는 향기를 남겨주실 분은 누구일까? 선방을 나서니 온몸에 은은한 향기가 풍기는 것 같다. 오늘 하루 맑고 푸른 벽안의 향기를 가득 묻히고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