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너머 솔숲은 선원 영역이다. 수행의 꽃을 활짝 피운 선승의 향기와 체취가 뚜렷이 남아 있는 중앙선원이다. 낮은 담장에 굳게 닫힌 출입문이 깨달음으로 들어가는 경계선으로 닥아 온다. 안과 밖, 열림과 닫힘, 그 이상의 경계를 뛰어 넘어야 하는 고행을 감내하며 수행의 문턱을 넘기 위해 숨결조차 죽이는 소리 없는 전쟁터이다.
중앙선원 하안거에 든 17명의 납자들은 매일 아침 전강스님과 송담스님의 육성 녹음 법문을 번갈아 들으며 하루 8시간씩 정진에 임하고 있다. 전강 스님이 입적한지 37년이 흘렀지만 중앙선원 용상방에는 조실 자리에 ‘고전강대종사’ 라고 올려져 있다. 산철결제는 끊임없이 이어지나, 꾸준히 여일하게 화두를 들고 정진하라는 전강 스님의 유훈에 따라 용맹정진은 하지 않는다. 만공스님의 법맥을 이어 받은 전강스님은 지혜제일의 선승으로 일컬어지며 중앙선원을 한국 선불교의 중심으로 이끌어낸 용주사의 정신적 지주이다.
근대 선불교의 중심 사찰인 동시에 효찰 대본산인 용주사는 경내에 효를 몸소 실천하는 서림당을 운영하고 있다. 2005년 건립한 서림당은 욕실과 화장실이 구비된 1인 1실로 스님들의 노후를 위해 마련된 시설이다. 문중스님들이 노후를 걱정하지 않고 수행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한 교구 본사 최초의 복지시설로서, 안거 연수에 따라 매달 30-50만원씩 수행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병원에 입원 시에도 일정 금액을 본사에서 지원하는 등, 효찰 대본산의 명성에 걸맞은 효 실천과 효 문화에 앞장서고 있다.
솔 향을 실은 회색 장삼이 늘어진 노송가지에 매달려 어깨춤을 추고 있다. 선원 처마 끝에서 좌복을 말리느라 분주한 선객들의 모습은 세속과 별반 다르지 않으나, 수행자는 세간 사람과 달리 욕망의 무게를 한줌 한줌 덜어내는 삶을 살아간다. 시렁에 걸린 가사 아래, 선방 청소를 맡은 선객의 비질이 예사롭지 않다. 좌복위에서 덜어낸 욕망과 털어 놓은 번뇌를 싹싹 쓸어내는 빗자루 끝에 세속에서 지고 온 나그네의 욕심도 쓸려 나간다.
선객의 비질이 세속의 묵은 때까지 쓸어 가도 해갈되지 않는 갈증과 찌꺼기로 남은 욕심 한 자락은 노송 끝에 걸어 둔다. 배움과 깨달음이 다르듯 오직 자신의 등불을 켜라는 부처의 가르침만 간직하고 선원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