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사는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한 시간 거리인 에스테르곰 필리스 산에 위치하고 있다. 벽안의 납자 청안스님이 유럽에 세운 최초의 한국 전통 사찰로서 수덕사의 말사이다. 2005년 부지 매입을 시작으로 텐트를 치고 숙식을 해결하면서 불사를 진행하였다. 2006년 임시 선방을 열어 1개월간 첫 안거에 들었으며, 2007년 동안거부터 3개월간의 본격적인 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2010년 4월 한국의 스님들과 서양인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선방 개원식을 가졌다. 선방은 한국의 전통 사찰 그대로 건립을 하기 위해 한국 건축가가 설계를 맡았으며, 불상과 기와, 한지 등을 한국에서 직접 공수하는 어려운 과정을 통해 완공되었다.
원광사는 출가자와 장, 단기 수행을 원하는 재가자가 함께 수행하며 한국 선불교의 사상과 정신을 강조하는 전통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유럽 유일의 참선수행 도량이다.
청안스님이 한국 불교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1년 4월 숭산스님이 헝가리를 방문했을 때, 법문에 매료되어 출가 하였다. 그 후 해인사 화계사 등에서 6년간 수행을 하였으며, 2000년 고국 헝가리로 돌아와 부다페스트에 선방을 열고 유럽 각지를 돌며 참선을 지도하였다.
세상은 한 송이 꽃이라는 스승의 세계일화(世界一花) 사상을 몸으로 전하며 고국에 보리수의 묘목을 심은 청안스님은 큰 그늘을 드리우기 위해 끊임없는 열정과 신심으로 한국 선불교의 위대함을 세계에 알리는 국제포교사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원광사는(http://www.wonkwangsa.kr) 주지 청안스님과 덕혜스님이 주석 하며, 겨울 수행과 여름 기도회, 봄, 가을에는 청안스님이 지도하는 단기 수행을 진행하고 있다. 새벽 4시부터 시작되는 원광사의 하루 일정은 아침, 저녁 예불과 3회에 걸친 5시간의 참선, 발우공양, 포행, 요가, 울력 등으로 밤 10시에 마무리 된다.
가지런히 놓인 갈색 좌복 위에서 천수경으로 시작되는 예불과 참선, 발우공양을 하는 서양스님과 불자들의 모습은 헝가리 깊은 산중에서 발견한 보석임에 틀림없다.
유럽의 하늘과 기와지붕, 서양 불자들의 우리말 염불, 벽안의 스님과 죽비소리는 불법의 진리가 인종과 언어를 벗어나 하나로 돌아가는 것임을 실감하게 한다. 눈을 감으면 보이고 침묵하면 들을 수 있는 지혜의 문고리를 잡고 본래의 내 모습을 찾아가는 서양 불자들의 흐트러짐 없는 자세가 설법으로 전해지는 순간이다.
청안스님의 법문을 듣고 첫 수행을 마치자마자,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자신이 가야할 길임을 깨달아 출가의 길로 들어섰다는 덕혜스님(헝가리)은 서양의 상류사회와 지식층에 번지는 불교 열풍에 대해 서양 사람들은 간결하고 유익한 신앙 경험들을 찾아 나서고 있지만 체험으로 깨닫게 해주는 종교는 거의 없다. 기독교 역시 체험적인 수행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기 때문에 서양인들이 불교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일본 책을 읽고 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2회째 수행에 참여 중이라는 규리(29세 헝가리)씨는 수행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경험들이 불교에서 말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한글이 매우 복잡하고 어려워 불경을 외우기가 힘들다는 아르뚜르(34세 폴란드)씨는 6개월 수행계획으로 원광사를 찾았으며, 매일 참선을 하다 보니 이젠 수행이 일상이 되어 매우 만족하다. 음악을 하는 볼레쉬(42세, 헝가리)씨는 아무런 방해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중이었다. 원광사가 바로 그런 곳이라며 한국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한다. 소소한 삶에서 행복을 건져 올리고, 부단한 노력으로 절실한 꿈을 키우며 아름다운 수행에 동참한 서양 불자들께 박수를 보낸다.
갈색의 둥그런 좌복이 두 줄로 가지런히 쌓인 채, 파란 눈의 주인을 기다리는 유럽의 선방, 서두르지 않는 여유로움과 드러내지 않은 소박함은 서양 하늘 아래에서도 청정한 도량의 묘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을 선사한다. 기와지붕의 처마 선에서 내려앉은 한국 선불교의 숨결과 창호 문을 투과한 수행의 향이 이제 곧 세계일화로 만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