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사 동국제일선원은 부처님 진신사리 58과가 모셔진 사리탑이 선방 뜰에 자리 잡고 있어 선원 이름을 사리전 또는 탑전이라 하였다. 사리탑은 수많은 세월과 온갖 풍상에도 의연하게 홀로 절터를 지키며 천년고찰의 명맥을 이어온 대원사의 얼굴이기도 하다.
대원사 사리전은 비구니 스님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정진하고 싶어 하는 선방으로 선객들의 발길이 운집하는 곳이다. 대웅전 우측 언덕에 위치하고 있는 60여 평 규모의 선방은 외부와 자연스럽게 차단되어 수행공간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선승의 푸른 설법이 구슬처럼 청아한 사리전, 이번 동안거에는 70세 이상 노스님 5분을 포함하여 32명의 선객들이 결제에 들었다.
좌복 위에 앉은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 것인가? 저마다 부여잡은 화두는 각기 다르겠지만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서원하는 결기 어린 푸른 눈빛은 모두가 하나다. 심연의 불꽃을 피우려는 절박감에 몸과 마음을 화두로 동여 메고 수행의 고삐를 다잡는 선객들의 칼날 같은 선기가 탑전으로 뻗치고 있다. 대숲에 일렁이던 바람이 달려와 굳게 닫힌 선방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 없는 무거운 침묵이 천년의 세월보다 더 두껍게 사리전을 감싸고 있다.
선원 밖 세상의 모든 소식을 외면한 선객들은 새벽 3시 죽비 예불을 시작으로 하루 10시간씩 좌선하며, 11월부터 한 달 동안 실시하는 가행정진에는 하루 12시간씩 좌선한다. 납월 8일부터 일주일은 24시간 잠을 자지 않는 용맹정진으로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에 들어간다.
일반정진은 좌선으로 경직된 몸을 풀고 마음을 고르는 방선시간이 주어지지만 가행정진은 새벽에 입선하면 밤 12시에 방선하여 취침에 든다.
잿빛 승복을 여미며 결제에 든 선객들은 구름 위를 걷는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리전 계단을 오르고 있다. 가을을 흔들어 겨울을 깨우고 하늘로 달려간 솔바람이 구름을 밀어내고 맑은 햇살을 피어 올린다. 구름과 바람이 한 호흡으로 사리전에 찬란한 빛을 뿌린다. 자연이 전하는 무언의 메시지가 마음 밭에 어떤 씨앗을 심어야 하는지 침묵의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선승의 향훈으로 가득한 천년 고찰 대원사는 바랑 가득 화두를 짊어지고 무거운 걸음을 옮겼을 운수납자들에게 지치지 않는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있다.